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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1 책: 안도현의 연어
review 플레이/독 서2018. 4. 21. 23:08

 

-이제 조금 알겠니?

-네.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중략)

-그러면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사랑은 간섭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거나 나란히 헤어치는 것이 사랑이다." 

"자기 욕망의 크기만큼 먹을 줄 아는 물고기가 현명한 물고기라고, 그는 생각한다. 

연어는 연어의 욕망의 크기가 있고, 고래는 고래의 욕망의 크기가 있는 법이다." 

"기억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불어일으킬 위험이 늘 있는 것이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더 이야기를 하자면 산란기를 맞은 연어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만나는 초록강, 물수리, 빼빼마른 연어, 주둥이큰연어, 지느러미긴연어, 쪽집게 연어, 낚싯대를 든 인간, 카메라를 든 인간 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의 연결도 재미가 있다. 연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소설로 빨려들어가는 형식이다. 연어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과 삶을 이렇게 담백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구절과 이야기가 많았다. 너무 많았지만 일부만 위에 담아두었다. 

연어가 산란을 하기 위해서 거꾸로 강을 헤엄치면서 만나는 일들은 그들을 성장시킨다. 그리고 읽고 있는 나에게도 꽤 많은 질문가 해답을 주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만나면서 서로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같이 목표를 이루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연어떼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혼자서는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의 삶에는 '나'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해야 함에 대해서 느껴지기도 하였다. 

연어떼들이 폭포를 올라가면서 희생되는 가치가 얼마나 그들에게는 산란이 중요한 삶의 이유인지 명확히 알 수 있게금 해주기도 하였다. 한 생명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명백히 귀중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자연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연어떼도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하지만 알을 낳고 못 낳고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좋은 알을 낳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그러나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 주게 되지 않을까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이야."

 하지만 조금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왜 하필 은빛으로 뒤덮인 연어라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굳이 은빛연어가 아니였어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연어가 특별해보이는 점이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외부인(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같기도 하는 부분도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동료 연어들이 그를 보고 "은빛 별종아"라고 비아냥 거리자 "그래 나는 은빛연어야"라고 웃으며 대꾸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해보이고, 외부인처럼 보여도 삶의 이유와 목표가 있고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은빛연어가 등장하는 것은 그것을 알리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은빛연어는 나일 수도 있다.



Posted by 이름은의미없다